지난 2월 16일 사망한 것으로 발표된 알렉세이 나발니의 시신이 우여곡절 끝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그간의 과정과 향후의 절차 그리고 나발니가 러시아 국민에게 남기고 간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알렉세이 나발니 시신의 반환
지난 2월 16일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알렉세이 나발니는, 그동안 그의 사망 원인과 시신의 반환 여부를 두고 여러 가지 추측만 있을 뿐 정확하게 확인된 내용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미망인인 율리아 나발나야 (Yulia Navalnaya) 그리고 나발니의 어머니인 류드밀라 나발나야 (Lyudmila Navalnaya)는 러시아 당국과 푸틴을 향해 그의 시신을 반환하고 전통에 따른 장례식을 치르게 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마침내, 나발니의 시신은 그가 죽은 지 8일 만인 2월 24일 그의 어머니 품으로 인계되었습니다. 그동안 러시아 당국은 어머니인 나발나야에게 비밀 장례식에 동의하지 않으면 그를 아무도 모르게 묻어버리겠다고 협박하는 최후통첩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이 제안을 단호히 거절하였고, 그가 사망한 북극의 교도소 인근 살레하르트에 머물면서 그의 시신을 기다렸습니다.
또한 그의 미망인인 율리아 나발나야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나발니의 어머니를 조롱하고 그녀에게 비밀 장례식에 동의하도록 강요하면서 푸틴 자신이 공언한 기독교 가치를 망치고 있다"라고 비난하였습니다. 또한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남편의 억울한 죽음을 호소하고 푸틴에 대한 제재를 이끌어냈습니다.
이제 나발니의 시신은 반환되었지만 그의 사망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으며, 가족들이 그를 매장하기 전에 독립적인 부검을 실시할 것인지의 여부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그가 자연사로 죽었다는 의견서를 이번 주 초에 받은 바 있습니다.
알렉세이 나발니의 장례식
이제 러시아인들과 나발니를 애도하는 사람들의 관심은 그의 장례식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여태까지 나발니의 시신 반환을 지연시킨 러시아 당국의 의도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그들은 모스크바에서 열릴 나발니의 공개 장례식이 시위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크렘린궁의 우려를 걱정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당국은 지난 8월에도, 푸틴에 대항하여 24시간 동안 반란을 주도하고 모스크바로 진군한 뒤 의문의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용병 지도자 예브게니 프리고진(Yevgeny V. Prigozhin)도 비밀리에 매장했던 경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발니의 가족과 보좌관들은 조용한 장례식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들은 나발니의 장례식을 러시아에서는 흔하지 않은 러시아와 푸틴에 저항하는 상징적인 행사로 치르도록 노력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나발니는 2022년 그의 자전적 다큐멘터리 "나발니(Navalny)"에서 "러시아 정부가 나를 죽이기로 결정했다면, 그것은 우리가 엄청나게 강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포기하지 않으려면 이 힘을 활용해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3월 17일에 치러지는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5선을 노리는 푸틴 대통령이 그의 장례식에 대해 과연 어떤 태도를 보일지 궁금합니다.
알렉세이 나발니의 유산
러시아 당국에 의해 자연사 했다고 발표된 알렉세이 나발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의 세력을 부패한 집단으로 규정하고 비판해 왔으며, 푸틴의 가시로 불릴 만큼 그에 대한 폭넓은 저항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습니다. 또한 그는 러시아인들에게 정부의 탄압에 맞서 포기하거나 굴복하지 말라고 호소했습니다.
나발니의 사망은 전 세계의 그의 지지자들과 정치인들에게 참담한 소식이었습니다. 모스크바의 정치 분석가인 미하일 비노그라도프(Mikhail Vinogradov)는 나발니의 죽음을 구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러시아 정치인의 죽음으로 묘사했습니다. 전 세계의 러시아인들은 즉석 집회에 모여들었고, 러시아 여러 도시들에서는 그를 애도하기 위한 추모 장소에 꽃을 바치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다섯 번째 집권을 노리는 푸틴의 입장에서는 선거를 불과 한 달 앞두고 나온 나발니의 사망 소식은 반갑지 않을 것입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랄 산맥 인근에서 열린 행사에 등장해 로봇 공학, 정부 보조금, 공과대학 등의 주제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나발니의 죽음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크렘린궁의 대변인 역시 "사망 원인에 대한 정보는 없다" "나발니의 사망을 이유로 크렘린궁을 비난하는 외국 관리들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라고 말하며, 나발니의 죽음을 덮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내 정치 통제력을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보이며, 그를 극렬히 반대하는 인사들은 감옥에 갇히거나 해외로 망명 중입니다. 모든 거리의 시위는 즉시 진압되었고 수천 명의 러시아인이 푸틴과 그의 정부가 부패했다고 비판했다는 이유로 기소되었습니다.
그러나 일부 정치 분석가에 의하면, 나발니의 죽음은 푸틴 대통령의 권력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빈약하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고 말합니다. 나발니의 죽음이 남긴 유산의 힘은 그의 사망이 보고된 지 몇 시간 만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수많은 러시아인들이 모스크바의 눈 덮인 솔로베츠키 추모비(Solovetsky Stone memorial)에 꽃과 촛불을 바치고 있음이 이를 증명합니다.